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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영오 교수] 경향신문 기고

작성자
슈퍼유저
작성일
2015.07.07
첨부파일0
조회수
1976
내용
[기고]전염병 전담 기관 만들자
신영오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전문위원

이번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국내 확산은 여러 면에서 매우 충격적이었다. 세계적으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26개 국가 중에서 발원지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면 모든 국가가 1~2명, 많아야 4명 이하로 사망자를 줄일 수 있는 사건을 우리가 차단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48년째 바이러스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필자는 장관이 관장하던 업무를 연구기관 수준의 산하 기관에 내려보내고 오랜 전통의 전염병 관리 전문 기관인 국립보건원을 전염병 전담 기관에서 보건 분야 혼합 기관으로 만든 것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혼합 기관으로서는 전문가 양성, 자신 있는 판단과 의사 결정 그리고 보고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도 전염병 전담 기구가 없었던 것이 아니고 오랜 기간에 걸쳐서 쇠퇴해 왔다. 이를 약술해 보기로 하자.




우리나라의 개국 이후, 최초로 만든 기관이 전염병 관리 전문 기관인 지석영 선생의 종두의(種痘醫) 양성소였다. 당시 가장 문제가 된 천연두 박멸을 위하여 1895년에 법령이 만들어졌고 1898년부터 종두의가 배출되었다. 그 기관은 일제의 총독부 세균실을 거쳐 1946년부터 1963년까지 보건사회부 산하 국립방역연구소로 지속되었다. 이 기간 중 국가 경제의 낙후에도 불구하고 콜레라, 일본뇌염 등 수많은 전염병 관리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1962년 당시 보건사회부 장관은 산하에 연구기관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방역연구소, 화학연구소 등 4개 기관을 통합하였다. 이들 4개 기관은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 FDA(식품의약국) 그리고 EPA(환경보호청)를 모두 합친 기관으로서 여기에 미국의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Health, NIH) 명칭을 붙인 것이 구 국립보건원이다.




이 거대한 혼합 기관은 잃어버린 3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일부 분야는 다시 제자리를 찾아갔다. 즉 식품과 약품 업무는 식약처로, 환경 분야는 국립환경과학원으로 승격되었다. 이후 구 국립보건원은 고유 기능인 전염병 연구 업무에 추가하여 장기 관리, 난치성 질환, 대사 영양 질환 등 온갖 업무들이 주어졌다. 이들 업무가 추가됨에 따라 전염병 분야의 정원은 다른 분야 이관으로 실제적으로 축소되었다.




2004년 구 국립보건원에 보건복지부 보건국의 방역 관리 업무를 내려보내어 개편한 것이 현재의 질병관리본부이다. 원래 있던 국립보건원은 국립보건연구원으로 명칭은 남아있으나 하나의 부서로 남아 있을 뿐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감염병 관리 전담 조직과 업무는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고 전문 영역의 업무는 침범당해 왔다. 전염병 예방의 최선진국인 일본에서는 감염증연구원이 지속되고 독립성이 유지되어온 반면, 우리나라는 끝없이 통합되고 전담 기관은 축소되어 왔다.




이러한 모순을 유원하 전 국립보건원 원장은 어느 책자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다. “…세계에서 선진국 쳐놓고 제대로 된 국립보건원(전염병 관련 대법원)이 없는 국가가 어디에 있는가? 국민들이 잘 모르는 보건 분야라고 해서 이런 식의 임시방편적이고 본말전도적(本末顚倒的)인 행정 발상을 해서는 국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는 없다.” 그는 이미 수년 전에 오늘의 사태를 예측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메르스 사태 이후 질병관리본부의 개편이 있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개편의 목적은 메르스와 같은 온갖 전염병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전염병 전담 기구를 만드는 데에 있다. 행정 전문가, 전염병 관리와 진단 전문가 모두가 참가하는 공청회를 통하여 중지가 모아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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